[민수기] 0. 이스라엘 전함 ‘야훼호’의 선장 모세

이번 편은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민수기의 가장 기본 틀을 먼저 잡겠음. 일단 이것만 알면 민수기의 딱딱한 부분은 대체로 소화가 되는 듯.

이제 이스라엘인들은 가족과 재물을 끌고 다니는 민족 군대가 된다. SF적으로 말하면,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을 찾아 몇 세대를 거쳐서 여행하는 제네레이션 배틀쉽 되시겠다.

사회도 구축하고 농사도 지어가며 세대를 거쳐 다른 행성으로 이동하는 ‘세대우주선

이제 이야기는 ‘이스라엘 전함 야훼호‘가 본격적으로 광야를 떠돌며, 만나는 나라마다 괜한 트집을 잡아 개발살내며 가나안을 향해 간다는 내용에 접어들었다.

야훼는 타 민족에 배타적인 신이라는 걸 알았지?

이렇듯 어엿하게 군대처럼 움직이기 위해서, 각 지파 별로 진 치는 자리, 행군 순서, 신호 등등을 정해둘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일단 병적에 올릴 애들 수를 세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집트를 떠난지 2년째 되던 해, 인구 조사를 하게 된다.

모세와 아론은 지파 별로 대표를 뽑아, 20살 넘은 성인 남자를 세어서 병적에 올린다. 그래서 이번 장 이름이 민중을 센다는 뜻의 민수기, 영어로는 Numbers이다.

병적을 조사해서 다음과 같이 진을 친다.

어디가 동쪽인지 잘 모르겠음

위 그림을 보면 위쪽이 동쪽인 것 같은데, 대충 진 치면 이런 모양이겠거니 느끼기만 하고 얼른 넘어가자. 난 동쪽을 오른쪽에 그려야 직성이 풀리므로 이건 패스하겠다. 내가 다시 도식화 하겠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민수기의 기본 틀이란 것을 알아보자.

그간 얘네들을 12지파로 나눴왔잖음? 그럼 동서남북 네 방향을 12지파가 공평하게 나눠 맡으려면 어떻게 배치해야 함?

12 ÷ 4 = 3 이니까, 한 방향에 지파 세 개를 배치하면 되지 않겠음?

또한 각 방향마다 대표 지파를 정해서, 가운데에 위치하게 만듬.

이렇게 3지파씩 4방향을 맡아 방진을 침

진 치는 순서와 행군 순서는 동 – 남 – 중 – 서 – 북이다. 그래서 그 순서대로 소개해 보겠음.

  • : 잇사갈 · 유다 · 스불론
  • : 시므온 · 르우벤 ·
  • 중앙 : 레위
  • : 므낫세 · 에브라임 · 베냐민
  • : 아셀 · 단 · 납달리

그 와중에 레위는 성막을 맡는다. 귀족 지파임 ㅋㅋ

각 방향 대표 : 동유다, 남르우벤, 중레위, 서에브라임, 북

이렇듯 행군할 때 제일 앞에 동쪽을 맡은 지파들부터 가고, 한 가운데에 성물이 가고, 제일 꼬랑지에 북쪽을 맡은 지파들이 따라오는 거임.

각 방향마다 배치된 지파별 병력 숫자를 더하여, 동서남북별로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 동 : 총 186,400
  • 남 : 총 151,450
  • 중앙
  • 서 : 총108,100
  • 북 : 총 157,600

총 병력의 숫자를 비교해보면 알겠지만, 이스라엘 함선 야훼를 침몰시키고 싶으면 서쪽을 공략하면 가장 승산이 있다. 서쪽이 제일 숫자가 적음.

기왕 여기까지 한 김에, 각 지파가 야곱의 몇 번째 아들이었는지와, 어머니가 누구였는지도 한 번 시각화해보았다.

위 그림을 보면, 11번째 아들인 명박요셉의 지파는 둘로 갈렸음을 알 수 있다. 요셉이 이집트의 제사장의 딸과 결혼해서 낳은 두 아들인 므낫세에브라임을 따로 지파로 취급하고 있음. 레위 지파가 성막 지키미로 쏙 빠졌기 때문에, 지파가 하나 더 늘어야 각 방향에 3개씩 총 12지파를 운용할 수 있는 거임.

가만히 보면 동/남/중은 레아계열이다. 서쪽은 라헬계열, 북쪽은 서모계열로 구성되어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미신적인 의미에서 4방위의 중요한 순서가 다른 것 같은데, 그게 동남서북 순서인 듯 함.

또한 가장 중요한 중앙의 성막은 행군할 때도 딱 가운데 끼워서 행군하도록 하는 것 같음.

각 방향의 대표를 맡은 지파를 보면, 그 방향에서 가장 손위 형임을 알 수 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쪽을 보자. 므낫세가 장자고, 에브라임이 둘째인데도 둘째를 대표로 세워놓은 꼬라지를 보셈. 죽기 전 야곱이 두 팔을 엇갈려 손자들을 크로스로 축복하더니만 이 꼬라지가 낫탄다요.

야곱의 화려한 디제잉 솜씨

진을 걷어서 떠날 때도 동-남-중-서-북 순서대로 가긴 하는데, 디테일이 조금 다르다. 성막 해체하면서 겉에 있는 부자재 등이 먼저 출발하고, 제일 중요한 성물은 중간에 끼어서 이동한다.

  1. 출발
  2. 중: 성물만 뺀 나머지를 황소 수레에 싣고 출발
  3. 출발
  4. 성물을 사람들이 직접 메고 출발
  5. 출발
  6. 출발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 보자. 지금까지 성막의 바깥 쪽에 12지파로 사방진을 치고 있고, 한 가운데 성막에는 레위 지파 애들이 있음을 확인했다.

근데 가운데 낀 레위 애들도 또 나름 동서남북으로 나눠져 있는 거임.

즉, 12지파로 만든 ‘큰 사방진’ 안에,레위로 만든 ‘작은 사방진’이 있는 것이다.

레위의 작은 사방진이 어떤 구성인지 알려면, 먼저 레위의 세 아들 이름만 외우자. 게르손, 고핫, 므라리.

  • 동 : 모세 아론, 엘르아살 이다말
  • 서 : 게르손
  • 남 : 고핫
  • 북 : 므라리

이렇게 성막을 중심으로 레위지파가 작은 사방진을 만들고, 그 바깥으로 12지파가 큰 사방진을 만드는 것이 ‘이스라엘 전함 야훼’의 전체 구조이다.

레위의 후손인 게르손, 고핫, 므라리 후손들은 평소에는 성막 내부 일을 돌본다. 완전 특권층임. 그러다가 출발할 때가 되면 게르손므라리는 걷은 성막들을 챙겨서 조금 일찍 떠나고, 고핫네가 가장 중요한 성물을 직접 지고 가는 임무를 맡는다.

이걸 요약하면 다음과 같음. 각 방위의 대표 지파는 볼드체 처리하였음.

  1. (잇사갈 · 유다 · 스블론) 출발
  2. 중1 (게르손 · 므라리) 성막 집기들을 황소 수레에 싣고 출발
  3. (시므온 · 르우벤 · 갓) 출발
  4. 2 (고핫) 성물을 고핫 핏줄들이 직접 메고 출발
  5. (므낫세 · 에브라임 · 베냐민) 출발
  6. (아셀 · · 납달리) 출발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다 합쳐보았다.

참 쉽죠?

덧) 각 지파의 지도자 이름:

  1. 레위 지파 : 아론
  2. 르우벤 지파 : 엘리술
  3. 시므온 지파 : 슬루미엘
  4. 유다 지파 : 나손
  5. 잇사갈 지파 : 느다넬
  6. 스불론 지파 : 엘리압
  7. 에브라임(요셉1)지파 : 엘리사마
  8. 므낫세(요셉2)지파 : 가말리엘
  9. 베냐민 지파 : 아비단
  10. 단 지파 : 아히에셀
  11. 아셀 지파 : 바기엘
  12. 갓 지파 : 엘리아삽
  13. 납달리 지파 : 아히라

댓글 66개

  1. 요즘 잼있게 읽고 있습니다…이 머리아픈걸 어찌 이리 명쾌하게 정리하셨는지요, 정말 대단하십니다~앞으로 정말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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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앗 아닛 정말 갑자기 분위기 제네레이션 배틀쉽🤣🤣🤣
        완전 신기하고 재밌어요. 숫자와 진영으로 보니까 그 전보다도 스케일감이 확 피부로 다가오네요.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야훼호가 또 어디로 갈지 궁금하네요.
        인터뷰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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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댓글 보고 인터뷰 찾아 읽었는데 불신자님 존경스럽습니다!
    알고 비판하기 위해 공부를 엄청 하시는 것도, 불신자님의 가치관도 인상 깊었습니다.
    불신자님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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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사막비적집단이 아니라 거대유목제국이군요 60만 정예병을 거느린 ㄷㄷ
    팔문금쇄진 같기도 한데 서서가 봤다면 철기 만명으로 베냐민 문으로 들어가 납달리 문으로 나오면 된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ㅋㅋㅋㅋ
    그나저나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민수기에 막혀 업로드가 늦어지시는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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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 연중하신 건가 했는데 바쁘신 거였다니 다행이에요..! 너무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웃고 싶을 때 한번씩 들어와서 업로드 확인해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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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연중이 아니셨군요~^^ 많이 바쁘셔서 그런거라니 다행입니다. 저는 불신자님이 혹시나 야훼교의 비밀결사 같은 놈들에게 태러를 당한것이나 아닌지 걱정이 되었었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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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재미있는 연재 기다리고 있습니다. 방법이 있다면 후원을 하고 싶습니다. 코비드로 힘들지만 건강 잘 챙기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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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후원은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제가 현재 일신상에 큰 변화가 있어서, 일종의 크런치모라 일이 너무 바빠졌는데요. 이것만 끝나면 후원을 받은 것만큼 열심히 쓰겠습니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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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비슷한(?) 처지로 알고 있는데 학기말 힘내시기 바랍니다 ㅠㅠ
    저도 방학과 방학을 풍요롭게 해 줄 선생님 글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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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선생님.. 피같은 방학이 절반도 남지 않았습니다. 저도 밀린 리뷰를 하며 착하게 살테니 제발 하나만 더 써주십시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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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너무 재밌어서 밤새면서 단숨에 읽었어요! 후속작 꼭! 꼭! 꼭! 써주세요! 구독해놓고 알림 오는거 기다리고 있을게요! 연재 안해주시면 드러누워서 모세가 이끈 이스라엘인 보다 더 심하게 징징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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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너무 재밌어서 사흘동안 두 번이나 정주행했어요! 다음편이 너무 궁금해서 아예 성경을 직접 읽어볼까 고민하고있는데, 역시 혼자 읽으면 이렇게 재밌지는 않겠죠 ㅜㅋㅋㅋ 알람 걸어놓고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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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교회에서도 가르치기를 포기한 레위기를 이렇게 재밌게 읽을 수 있다니…사실 교회 수업때 이 내용을 사용해야하는게 아닌가 싶을정도에요ㅋㅋㅋㅋ바쁘시겠지만 이후의 내용들, 그리고 구약에 비하면 모험소설이나 판타지웹소설같은 신약까지 어떤 관점으로 봐주실지 기대가 너무나 됩니다. 시간이 나시고 흥미도 있으며 기운도 있으실때 한번씩 올려주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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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가능하면 후원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 재밌고 유익한 시리즈입니다ㅠㅠ 기독교혐오자에 가까운 제가 선생님 글을 읽고 구약을 읽어볼까 생각중이네요 알고보면 이 시리즈가 고도의 선교는 아닐런지…ㅎ
    다음 에피소드도 너무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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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그냥 더러운 고대 미신과 잔인한 고대 중세 판타지를 좋아할 뿐인데, 마침 구약이 더러운 고대 미신을 주제로 완성도가 처참하게 낮은 판타지 소설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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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아니, 작년 5월 이래로 연중이셨습니까..ㅜㅜ 연재재계 언제 하시나요ㅜ 한창 잼께 읽던중에 끊김..이래서 연재작은 손대는거 아니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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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단숨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재미있게 읽은 성경은 처음인거같습니다 재미와 지식 두가지를 다 잡았다 아무쪼록 구약 신약 다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연재 기다릴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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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잘 읽었습니다
    다음편 하야꾸~~!! ㅠㅜ

    한 20년전 꾸란과 바이블이 겹친다고 이야기 했다가
    니가 읽어봤냐던 여친의 이야기에 꾸란 주해서를 사서 봤던 사람으로써
    오래걸리겠지만 바이블편 완료되면
    꾸란편도 시작되길 기다려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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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나이롱 모태신앙인데요, 믿음을 떠나서 이렇게 재미있는 성경이야기는 80 인생에 처음입니다!!! 뭔..개소리야..싶었던 구약이 이렇게 정리가 되는군요 다음편 애타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선생님은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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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글 너무 재밌어요 말없이 기다리기만 하다가 방학이 끝났고하니 댓글 남겨봅니다
    책 내신 건 없나요 선생님의 낙서라도 읽고 싶은 심정이에요 제가 선생님을 알았더라면 학위논문도 찾아봤을 거예요
    건필하시고 만수무강하세요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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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선생님! 단숨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자연스럽게 다음 버튼을 누르다 갈 곳 없어진 손.. 이라 댓글을 남겨봅니다.이래서 시리즈물은 연재가 다 끝나고 봤어야 되는데 말이죠. 연재 재개 기다립니다..! 부담드리는거 맞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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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현자님이시어 혼자 아라랏산에 올라 돌아오지 않는 모세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습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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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기다리는 거 완전 가능합니다. 그판세 기다리던 짬으로 지그시 눌러앉아 있겠습니다. 그래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요… 그냥… 선생님 글을 사랑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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