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초기 제물에 따른 제사 형태
지금까지 구약에 있었던 제사법들을 한 번 리마인드 해보겠다.
성경 최초의 제사는 카인과 아벨의 제사일 것이다. 한 남자를 차지하기 위한 형제의 경쟁적 선물 공세에서 아벨이 선택받는다는 내용이다.
이때 농사꾼 카인은 정성스레 햇곡식을 마련하고, 양치기 아벨은 동물성 단백질로 준비했다. 야훼는 인간들더러 농사 지으란 식으로 내쫓아 놓고는 본인은 헬스 마니아였던지 아벨의 고기 반찬을 선택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시간이 흘러 흘러, 발목러 야곱이 형 에서를 피해 외삼촌네로 도망가다가 루스란 곳에서 돌을 베고 잔다. 꿈에서 야훼를 영접한 야곱은 베고 자던 돌을 세운 뒤 기름을 붓고는 그 지역을 베델이라고 명명하게 되는데, 이때 액체를 부어드리는 제사가 등장한다. 기름이든 술이든 귀한 액체를 부으면 되는 것 같다.
이 내용을 기반으로, 제물 종류에 따라 제사를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 번제 (짐승)
- 곡식제
- 전제 (액체)
또 다시 시간이 흘러 흘러, 길치왕 모세가 이스라엘 비적민족을 사막으로 끌고 다니던 때부터 목적에 따른 제사가 등장한다. 이제 집단도 커지고, 분쟁질도 발생하곤 하니 다양한 용도에 맞는 제사가 필요해진 것 같다. 이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 다음의 세 가지다.
- 속죄제 (Sin) : 윤리죄, 신앙법, 질병관리법
- 속건제 (Guilt) : 민사, 손해배상죄
- 화목제 (Peace) : 기쁠 때
*요제 : 제사 도중 별도 절차
제사 목적에 따라 디테일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번제+곡식제의 조합을 기본으로 한다. 역시 바베큐엔 공기밥이 곁들여야 제맛인 듯.
추가로 제사를 거행하는 도중에 하늘을 향해 ‘흔들어 바치는 행위‘ 단계가 들어가기도 하는데, 이는 요제라고 하여 제물의 일부를 ‘들어 올리는‘ 행위이다. 요제로 바친 건 태우지 않고 제사장이 갖는다.
이번 편은 레위기의 제사법에 대하여 총정리 하겠음. 해당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음.
- 번제
- 곡식제
- 화목제
- 속죄제
- 속죄제, 속건제
- 속건제, 번제, 곡식제, 속죄제
- 속건제, 화목제, 기름과 피 먹지 말라, 제사장의 몫
- 아론과 그 아들들의 제사장 위임식
- 제물을 바치는 아론과 그의 아들들 (사역 시작)
- 아론의 두 아들 나답과 아비후가 죽음
- 깨끗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 구분
- 출산 후 정결 규례
- 피부병에 관한 규례, 곰팡이에 관한 규례
- 피부병 치료 규례, 곰팡이 처리 규례
- 남자 몸에 관한 규례, 여자 몸에 관한 규례
- 속죄일
- 염소귀신에게 고수레 금지, 피 먹지 말라, 죽은 짐승 먹지 말라
- 남녀 관계에 대한 규례
- 그 밖의 다양한 율법
- 여러가지 죄에 대한 처벌법, 남녀 관계의 죄 처벌법, 무당 죽여라
- 제사장이 지켜야 하는 규례
- 제사장이 지켜야 하는 규례, 제물 선별법
- 지켜야 절기들
- 등잔불과 거룩한 빵, 신성모독은 투석형, 눈눈이이
- 안식년, 희년, 빈자법, 재산법, 노예법
- 순종에 따르는 상, 불순종에 따르는 벌, 그래도 회개해라
- 특별한 약속의 값, 야훼에게 바치는 예물/집/땅/짐승의 첫 새끼
0. 제물 선별법
기본적으로 제물은 온전하고 흠이 없는 종류로만 바쳐야 한다.
- 눈이 멀거나, 장애가 있거나, 유출병이 있거나, 피부병이 있는 것, 고환 상한 것 안 됨.
- 태어난지 7일까지는 덜 온전해서인지 안 됨. 8일 후부터 가능하다.
- 새끼와 어미를 같은 날에 잡아선 안 됨.
- 신체 일부가 너무 크거나 작은 놈도 안 되지만, 자발적인 예물로 바칠 때는 인정.
이제 제물 선별법도 알았으니 본격적으로 어떤 제사들이 있나 알아보도록 하자.
1. 번제(기본형)
레위기 첫 장을 열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게 번제 지내는 법인데 그 내용이 심히 극혐임.

번제는 말 그대로 태우는 제사임.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구지가의 ‘구워서 먹으리(번작이끽야)‘에 나오는 ‘불사를 번燔‘임. 근데 ‘burn제’라고 써봤더니 쓸데없이 영어와도 어울림.
노아의 방주에서도 나온 내용인데, 고기타는 냄새가 그렇게 야훼를 기쁘게 한다고 한다. 이는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나오는 표현이기도 하다. 노아 신화의 원형인 수메르-바빌로니아의 홍수 신화에는, ‘짐승을 태워 제사를 지냈더니 신들이 좋아하며 모두 내려와 흠향했다’는 내용이 있다.
아무튼 번제는 기본형 제사로서, 목적에 관계없이 지낼 수 있다. 속죄제, 속건제, 화목제에 이 번제가 기출변형되어 포함되는 식이다.

(1) 소, 양, 염소를 바치는 번제 :
흠 없는 수컷을 회막 입구로 끌고 와, 제물 바치는 이가 짐승 머리에 손을 얹은 뒤 그 자리에서 직접 잡음. 짐승 머리에 손을 얹는 건 자기 죄를 짐승에게 Ctrl+x Ctrl+v 하여 전가하고 있는 중임 ㅋㅋㅋ 즉 짐승이 사람의 죄를 대속하는 거임. 이렇듯 다른 생명이 남의 죄를 대속한다는 겁나 말 안 되고 미신적인 개념을 그대로 끌고 가서 예수 대속 논리를 만들어 탄생한 것이 기독교인 듯함.

순서는 다음과 같다.
- 제사 당사자가 죄를 다운로드 받은 짐승을 그 자리에서 잡음
- 아론 가문의 제사장이 피를 받아 회막 입구에 있는 번제용 제단 둘레에 뿌림
- 제사 당사자가 가죽을 벗기고 시체를 토막내고 내장 기름을 분리함.
- 제사장들은 제단에 장작불을 피운 뒤, 머리, 토막낸 몸통, 기름을 올려 태움.
- 마지막으로 제사 당사자가 내장과 남아 있던 다리들까지 씻어주면, 제사장은 그것도 불에 올려 태움.
번제단의 불은 항상 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제사장은 아침마다 제단 위에 장작을 지펴야 하기 때문에 빡세다. 만약 번제물이 올라갔을 때는 다음 날 아침까지 치우지 말고 놔둬야 한다. 제사 때 제사장은 모시 속옷에 모시 두루마기를 입는데, 캠프 바깥에 재를 버리러 갈 때는 다른 옷으로 갈아 입어야 한다.
*가죽은 제사장이 갖는다.
(2) 비둘기 새끼를 바치는 번제:
좀 다르지만 큰 순서에선 비슷함. 산비둘기 새끼 혹은 집비둘기 새끼를 바치면 됨.
- 제사장이 머리만 비틀어 떼어 제단에다 올리고, 피는 제단 옆에다 흘려버림.
- 제사 당사자가 새의 위와 내장은 뜯어내고, 몸통은 완전히 두 쪽으로 찢어지지 않도록 주의하여 양쪽 날개를 잡아당겨 펼침. (위와 내장은 제단 동쪽에 재 버리는 곳에 버림)
- 제사장은 벌려진 몸통도 받아서 제단에 올려서 다 태움.
2. 곡식제
밀가루 또는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바치면, 제사장이 거기서 한 줌만 집어다 기름 부어서 향 얹고 태우면 끝임. 태우지 않고 남은 건 모두 제사장이 겟하여, 아론 및 아론의 남자 자손들이 거룩한 장소, 즉 회막 뜰에서 먹는다. 이 제물은 아론의 아들들에게 모두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
밀가루로 만든 음식에는 무교병, 무교전병, 틀에다 구운 빵, 팬케이크류가 있는데 여러 조각으로 찢어서 바치면 됨. 제사장이 한 줌만 집기 편하라고 그러는 것 같다. 중요한 건 번제에 바치는 밀가루 음식은 기름 반죽(O), 소금(O), 누룩(X)으로 요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추수 후에 감사하는 용도의 번제라면 햇곡식을 불에 볶거나 찧은 것으로 바치면 됨
3. 화목제
화목제는 감사할 때 드리는 제사로, 일반적으로는 짐승과 곡식을 둘 다 바친다. 즉 번제+곡식제임.
(1) 일반 화목제:
화목제 때도 짐승의 머리에 손을 얹는 ‘죄 다운로드’ 의식을 하긴 하지만, 죄를 없애는 게 핵심은 아님. 일반 속죄용 번제보다 덜 태우고 많이 남겨서 함께 나눠 갖고 파티하는 것이라고 보면 간단함. 미리 요약하면,
- 짐승은 기름류만 바치고, 곡식 제물도 한 줌만 바치면 됨.
- 제사장 가족은 가슴살과 오른다리, 빵과자 종류별로 하나씩만 맛보면 됨.
- 나머지는 다 백성들이 먹는다.
위를 풀어 말해보겠음. 수컷이든 암컷이든 상관없이 짐승의 기름류(내장기름, 콩팥, 간 껍질)만 태워 바친다. 짐승의 가슴 부분과 오른쪽 다리는 요제로서 흔들어 바친 뒤, 제사장과 아들들이 나눠 갖는다.
기름류 빼고, 가슴 빼고, 오른쪽 다리 빼면 많은 부위들이 남을 거 아님? 이 나머지는 백성들이 나눠 먹는다. 다만 그날로 다 먹어야 하며, 다음 날까지 남기면 안 됨.
*만약 그냥 드리고 싶어서 지내는 제사거나 특별한 약속으로 제물을 바치는 경우엔 다음 날까지는 먹어도 됨.
또한 곡식제도 곁들이는데, 누룩없이 기름만 추가해서 만든 여러가지 얇은 빵과 과자, 그리고 누룩을 넣고 만든 빵도 바친다. 이렇듯 누룩든 빵도 바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제사와 다르다.
이 빵과자들 중에서 각각 한 개씩은 요제로서 야훼에게 흔들어 바친 뒤 제사장이 갖고, 나머지는 사람들이 나눠 먹음.
요약하겠다.
- 태움 : 내장 주변 기름, 콩팥, 간 껍질 / 밀가루나 빵과자 한 줌
- 제사장 : 가슴살과 오른쪽 다리 / 빵과자 종류별로 각각 하나씩
- 사람들 : 나머지 부분들 / 나머지 빵과자들
(2)염소신에게 바치지 마:
다른 용도의 화목제도 있다. 소, 양, 염소를 잡을 일이 생겨 잡았어도 제물을 바쳐야 한다. 짐승을 잡고도 제물을 안 바친다면 내쫓아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음. 이는 그간 이스라엘인들이 들판에 제물을 바치던 행위를 바로잡고, 들판 대신 야훼에게 바치게 만드려는 것이라고 함.
짐승을 잡고 제물을 안 바친다면 그것은 곧 들판에다 바치는 행위이자, 염소신을 섬기는 행위와도 같은 것이라고 하며 심각하게 말하는데 ㅋㅋㅋ 아무래도 그간 이 양반들, 염소신 고려하면서 들판에다 엄청나게 고수레 한 듯.

4. 속죄제(야훼에게 지은 죄: sin)
레위기에서 헷갈리는 게 속죄와 속건 개념이다. sin과 guilt로 번역되어 있다. 간단하게 보자면 속죄sin은 신에 대한 죄, 질병관리법, 형사급에 해당하고, 속건guilt는 손해죄, 민사급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먼저 속죄제부터 이야기 해보자. 속죄제도 읽어보니 두 가지 코스가 있는 듯 하다. 화목제처럼 내장기름과 콩팥, 간 껍질만 번제단에 올려 바치고 나머지는 제사장이 먹는 경우가 있고, 피를 들고 회막으로 들어가서 휘장에 일곱 번 뿌리는 행위 및 분향단의 뿔에도 발라주는 옵션을 더 추가하는 경우가 있다.
즉, 고객님의 상황에 따라 회막 안 피칠갑 옵션이 추가된 특별 코스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회막 안 피칠갑 옵션이 추가된 특별 코스일 경우에는, 남은 고기와 뼈는 먹지 않고 캠프 바깥으로 가서 모두 태워 없앤다. 특별한 죄를 짊어지고 있는 짐승이라서 먹으면 안 되나 봄.
요약하면 이렇다.
- 속죄제 일반 코스 : 제사장들이 번제물로 바치고 남은 고기를 먹음
- 속죄제 특별 코스 : 회막 안에 피칠갑 옵션 추가. 남은 건 안 먹고 모두 태움
일반 코스일 때는 남은 제물을 제사장이 회막 뜰에서 먹는다. 고기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지 거룩하게 된다고 하는데, 다만 피가 튀어 옷에 닿으면 거룩한 장소에서 빨아야 한다. 먹을 제물을 오지그릇에다 삶았다면 깨뜨려야 하고, 놋그릇에 삶았다면 깨끗이 닦고 씻어놔야 한다.
속죄제 특별코스는 다음과 같다. 번제와 달라지는 부분을 표시해 보았음.
- 제사 당사자가 죄를 다운로드 받은 짐승을 그 자리에서 잡음
- 아론 가문의 제사장이 피를 받아 성막 안으로 들어가, 언약궤 앞에 쳐 놓은 휘장에다 손으로 피를 찍어 일곱 번 뿌림.
- 그 피를 분향단의 뿔에도 바른 뒤, 나머지 피는 다시 가지고 나와 번제용 제단 밑에다 쏟음.
- 제사 당사자가
가죽을벗기고시체를토막내고내장기름과 콩팥, 간 껍질을 분리함. - 제사장들은 제단에 장작불을 피운 뒤,
머리,토막낸몸통,떼어낸기름을 내장기름과 콩팥, 간 껍질만을 올려 태움. 제사당사자가내장과남아있던다리들까지씻어주면,제사장은그것도불에올려태움.- 나머지는 모두 캠프 동쪽 바깥의 재 버리는 곳으로 가져가서 땔나무와 함께 다 불태워 없앰.
속죄제에 바치는 제물은 죄인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다.
- 제사장 : 숫소
- 이스라엘 온 회중의 공통책임 : 숫소
- 최고 통치자 : 숫염소
- 일반 평민 : 암양, 암염소
- 가난함 : 산비둘기 두 마리 or 집비둘기 새끼 두 마리 (이때 머리를 꺾되 떨어지지는 않게)
- 너무 가난함 : 밀가루 1/10 에바 (속죄물이므로 기름x 향x)
속죄제는 기본적으로 야훼가 하지 말란 것으로서, 말했듯이 윤리법 및 청결법으로 볼 수 있다. 특이한 건 청결에 관한 항목일 텐데, 부정한 것을 만지거나 먹은 것도 야훼의 말을 거스른 죄(sin)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전염병을 관리하려는 질병관리법률로 이해해도 될 것 같다. 전염병을 신의 분노라고 생각했을 때니까, 물리적인 청결이 곧 신앙적인 청결과 같은 개념인 듯 함.
구체적으로 보면 죄(sin)에 해당하는 것에는 위증, 더러운 짐승의 시체 만짐, 사람의 더러운 배설물 등을 만짐, 거짓 맹세 등이 여기 속한다.
5. 속건제 (손해배상제 : Guilt)
성물을 잘못 다루거나, 남의 물건을 실수든 의도든 안 돌려주거나, 담보물을 속이거나 했을 때 속건제를 지낸다. 즉 속건제는 손해배상죄라고 보면 쉽다.
성물을 상하게 한 경우엔, 성물의 가격에 20%를 더한 배상가에 상응하는 숫양을 제사장에게 주면 됨. 성물 및 숫양의 가격의 책정은 제사장이 한다.
- 성물 상하게 한 죄 : 제사장에게 숫양(=성물값+성물값의 20%)을 바침
남의 물건을 실수든 의도든 슬쩍했을 땐, 원래 주인에게 그 물건에다 20%를 더 더한 배상가를 물어줘야 한다. 또한 죄를 회개하기 위해 물건값에 상응하는 가격의 숫양을 야훼에게 제물로 바쳐야 함. 배상은 속건제 제물을 바치는 같은 날에 하면 됨. 숫양의 가격도 제사장이 책정해 준다.
- 남의 물건 슬쩍한 죄 : 물건 주인에게 배상=(그 물건+물건값의 20%)
제사장에게 숫양(=물건값)
속건제 제물은 기름을 모두 바친다는 개념이다. 기름진 꼬리와, 내장 기름, 콩팥, 간 껍질을 바친다. 화목제와 똑같은데 거기서 꼬리가 더 추가된 것이라고 보면 쉽다.
제사장으로 임명받은 남자들은 역시 거룩한 장소에서 모두 남은 제물을 먹을 수 있다.
악마숭배 이미지는 지들이 먼저 발명했구먼
자 상상해 보자.
어떠한 한 여행객이 물이 다 떨어지는 바람에 이스라엘 민족들이 살고 있는 캠프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갔다.
캠프 멀리, 살해당한 인간 삼천 명(모세의 구조 조정)이 구덩이에 버려져 썩어가는 걸 본 상황이다. 캠프에 들어서려는데 바람이 휭 불면서 짐승 태운 재들이 날린다. 광야의 모래 바람에 피비린내가 섞여 있다. 이때 알아채고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다.

마을로 들어서자 매일같이 양과 염소와 소가 성전 앞에서 도살당하며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성스러운 회막이라 불리는 천막 앞엔 피로 얼룩진 번제단이 놓여 있다. 제단 주변엔 얼마나 많은 피를 쏟았는지 작은 피의 내를 이루었다.
제사장은 새모가지를 비틀어 꺾고,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은 짐승을 살육한 뒤 머리와 다리를 커다란 도끼로 탕탕 토막낸다.
그들이 아직 뜨끈한 시체로부터 가죽을 잡아 뜯어 벗기기 시작하자 피가 뚝뚝 떨어지는 붉은 속살과 근육이 드러난다. 길쭉하게 늘어난 하얀 근막을 따라 핏방울이 맺힌다. 사람은 끈적한 피로 범벅이 된 오른쪽 넓적다리를 들어 흔든 뒤 제사장에게 준다.

껍질이 벗겨져 붉은 속살로 땅 위를 뒹구는 바람에 흙먼지가 들러붙은 짐승을 그 자리에서 토막내어 배를 가르고 내장을 뽑고 미끈미끈한 내장 주변의 피기름을 긁고 잡아 뜯는다.
물동이를 가져다 아직 김이 풀풀 오르는 내장을 철벅철벅 담가 빨고 쭉쭉 훑으며 남아 있는 똥을 뺀다. 물동이의 물은 피와 오물로 검붉게 물들어 땅으로 쿨럭쿨럭 흘러 넘친다.
짐승 불태우는 연기가 주변에 자욱하고,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짐승들의 겁먹은 비명과 투레질이 연신 들려온다. 다시 바람이 휭 분다. 죄없는 짐승들을 살육하고 태운 재가 매캐하게 캠프를 쓸고 지나간다.
피를 제단에 뿌리고 몸에 묻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는 그야말로 아비규환. 이런 헬 오브 지옥을 본 여행객은 으아아아 하고 쫓기다 잘못해서 성막까지 들어간다.

피비린내가 자욱하다.
어두운 천막 안, 공포에 질려 더듬더듬 뒷걸음치다 발에 뭔가 걸려 넘어지며 분향단을 쓰러뜨린다. 넘어진 채 고개를 쳐드니 궤 앞에 쳐진 휘장에는 얼마나 많은 피를 뿌렸는지 말라 붙어 떡진 피에 썩은 내가 난다.
식겁하며 땅을 짚고 일어서려는데 손이 끈적하다. 넘어뜨린 분향 제단에도 그간 얼마나 많은 피를 발라왔는지 오래된 핏자국이 눌어붙어 있다. 찐득한 피가 그의 손에 묻어 있다. 그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른다.
“악마다…! 악마를 섬기는 자들이다…!!”
…같은 상상 쯤은 가뿐하게 쌉가능하지 않겠음?
*레위기 카테고리를 정리하며 추가 보완했습니다!
앜ㅋㅋㅋㅋ태우는 제사 Burn제
제물에 sin을 ctrl+x -> ctrl+v하는 개념ㅋㅋㅋ
속죄sin은 형사 속건guilt는 민사
설명대박ㅋㅌㅋㅋㅋㅋㅋ 시험봐도 한번에 외워질거같아요🤣🤣🤣🤣🤣🤣🤣🤣
허참 그놈의 기가막힌 쌉소리 다 레위기에서 나온거였군요🤣🤣🤣🤣🤣🤣 웃기고 빡치고 어이가 없다…;; 쌉소린건 알았지만 뭔 저런 수상하고 미개한 제사랑 같은 장에 있는 고대쌉소리였을줄은 몰랐어요…
악마숭배 이미지는 지들이 먼저 발명했구먼 <- 팩폭ㅋㅋㅋㅋㅋㅋㅋㅋㅋ
늘 감사하게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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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하고 미개한 제사랑 같은 장에 있던 고대쌉소리였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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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소설에서 읽은거긴 한데, 나치시절 독일정부가 유태인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려는 프로파간다로 저 제사장면을 쓸데없이 잔인하게 편집하여 애들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죠. 실화기반인지 작가 뇌피셜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용해먹기 좋을만큼 잔인해보이는 풍습이었다~는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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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런 소설도 있었군요. 확실히 설득력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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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만화책으로 접한 저는 제물을 바치면 잘 구워다 제사장이 날름! 하는 줄 알고 치사한데..ㅋ 라고 생각했던 초딩이었는데 아니었군요.
이제서야 진실을 알게되어 다 태우면 그럼 고기는? 고기는?! 하고 솜사탕 씻은 너구리가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대리속죄동물을 찜꽁하던 사람들이 결국 대리속죄인간을 찜꽁한 모습으로 이어진 것 같아 참 흥미롭습니다. 동물학대가 인간 대상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 여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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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제 같은 건 다 태우지만 다른 건 제사장이 많이 가져갑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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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n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유아세례 받고 엄마 따라 다니던 성당을 중학교 때 아침에 일어나기 싫다고 오질라게 싸우고… 사흘간 엄마는 밥을 안 차리고 저는 안 먹고…. 그 끝에 성당을 그만 다니게 됐는데요 그래서 성경 공부도 거의 안하고 어릴 때 배운 것만 어렴풋이 남아있고 다시 읽을 체력은 없어서 이 블로그가 너무 재밌답니다^_^bbbbb 부디 끝까지 읽어 주셨으면 하면서도 너무 고문같기도 하고 그러네요ㅋㅋㅋㅋ 오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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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주말에 일찍 일어나는 거 세상에서 제일 극혐합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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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볼 때는 ‘뭐, 그렇구나.’ 했는데 막상 실제 상황을 묘사하니까 모르는 사람들은 ㄹㅇ 기겁하겠네요 ㅋㅋㅋㅋ
죄를 왜 동물에다가 덮어씌워.. 동물이 뭐 어때서!
그리고 염소신 귀엽겠구만 왜 염소신은 왕따 시키는거야! 왕따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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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유대족은 이집트에서 노예(?) 이주노동자로 살다가 무리를 지어 나와서 유목생활을 하며 양과 염소를 기르며 살다, 중동 지역에 정착하게 되는군요. 제사에 양과 빵이 함께 등장하는 건, 이들이 정착생활을 하며 밀농사를 지었다는 증거니까 말이죠.
누룩 발효가 안 된 빵을 먹는 습관은 중동이 워낙 건조한 지역이라 누룩 발효가 어렵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추측해봅니다. 레위기가 각종 법률을 적은 내용으로 보면, 유대족 인구가 늘어나면서 내부 규범, 도덕, 윤리의 수준에서 벗어나 명확한 사회적 규칙으로 합의해야 할 정도로 사회가 커지고 복잡해져 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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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동 생활을 하는 양반들이 어떻게 계속 곡식제를 지내는지가 이상했었는데, 말씀 듣고보니 좀 더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조직이 커지면서 소송이 점점 복잡해져서 고생스러워한다는 인상은 많이 받았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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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어씌우고 핑계대기 천재들이네요ㅋㅋㅋ약탈은 신의 계시고 학살은 보복이고 아무튼 자기들은 잘못한게 없지만 그래도 뭔가 잘못했을땐 또 죄없는 짐승을 죽이는….한번 뿐인 삶 화끈하고 지멋대로 호쾌하게 살겠다는 심보가 가득하네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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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상상하니ㅋㅋㅋ 전 어렸을땐 고기 왜태워 아까워라는 생각만 했더랬죠 돼지고기안먹는종교 소고기안먹는종교 다 못믿겠다하던 시절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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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레위기까지 정성스럽게..근데 민수기 신명기도 못지않게 재미 드럽게 없고 정리 드럽게 안돼있다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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