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7. 홍해인 듯 홍해같은 홍해 아닌 홍해를 건너는 이스라엘인

히브리어 성경에는 야훼가 이스라엘인들을 얌-쑤프로 가는 광야 길로 인도한다고 쓰여 있다. 얌-쑤프(יָם-סוּף)가 뭐냐?

쑤프(סוּף)는 원래 이집트어였던 것을 히브리어로 음차해서 쓴 단어로 갈대, 골풀, 파피루스, (붉은) 해초 등을 말한다. 우리가 영어의 커피를 소리나는 대로 한글로 옮겨서 그대로 쓰듯이, 쑤프라는 외래어를 히브리어로 받아들여 썼다는 것임.

(יָם)은 바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히브리어 얌-쑤프를 직역하면 갈대바다이다. 실제 히브리어 성경에서는 홍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고, 갈대바다란 단어만 나온다.

그런데 이 얌-쑤프를 기원전 3세기에 유대인들이 헬라어로 번역할 때 홍해로 번역을 한다. 다시 라틴어 성경으로 번역할 때도 또 홍해라고 번역한다. 이러니 영어 성경으로 번역할 때도 당연히 Red Sea로 번역된다.

아무튼 이리하여 히브리어 성경의 갈대바다를 홍해로 오역해왔다는 주장이 큰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갈대는 민물에서만 자란다. 따라서 이 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갈대가 자라는 호수들 중 하나를 건넜다고 생각한다. 후보가 된 호수들은 비터호수만잘라호수, 또 바르다윌호수가 있다. 대충 다음과 같다.

만잘라호, 비터호, 홍해, 아카바만의 위치. 바르다윌 호는 찾기 귀찮아서 놔둠

물론 이에 대한 반박도 있다. ‘아카바만에도 갈대가 자란다. 아카바만 아래에는 전차 바퀴들이 가라앉아 있다고 한다. 그러니 바다를 건넌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탈출 경로를 시뮬레이션하기에 매우 애매하다.

아무튼 야훼는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빛을 비춰줘가며 그들이 갈 길을 인도해주었다고 한다. 성경 그대로, 이들이 어떤 지역을 통과했는지 지명을 통해 정리해보겠다.

  1. 이스라엘인들은 요셉이 받았던 고센 땅에 속한 라암셋에서 노동하던 중이었다.
  2. 숙곳을 떠나 에담으로 가서 진을 친다.
    에담은 오늘날의 이스마엘리아이다. 그런데 싸이코패스 야훼는 쫓아오는 이집트 군인들을 기적으로 때려잡고 잘난 척 좀 할 겸, 경로를 다시 돌아가라고 한다.
  3. 그래서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가서 믹돌과 바다 사이의 비하히롯 앞, 곧 바알스본 맞은 쪽 해안에 진을 친다.
확실하게 알려져 있는 고센의 라암셋과 에담만 표시해보았다. 현재까지는 비터호수 쪽을 향해 내려가고 있다.

이 중에서 고센의 라암셋에담 정도만 알려진 장소이고, 나머지 장소인 숙곳, 비하히롯, 믹돌, 바알스본은 다 추측이다. 대체로 비터호수 근방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하지만 비터호수를 건넜다고 가정해도, 어떻게 건넜다는 건지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

만약 이들이 호수가 아니라 정말로 홍해를 건넜다고 가정한다면 더 문제임. 홍해는 아무리 좁은 곳이라도 50km의 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인 남자만 세어도 60만명이라던 일행들이 하룻밤만에 건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짐도 잔뜩 지고 어린애들과 가축까지 데리고 하룻밤에 50km 행군을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길이 좁으면 더더욱 행군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이 정도 인원이 건너려면 좌우로 바닷물을 꽤 많이 치워야 할 것이다. 최소 1.6km의 너비로 길을 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흔한 상상대로 좌우로 물벽이 세워졌다는 걸 알아채기도 힘들고, 당연히 바다의 단면을 눈 앞에서 볼 수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당시 홍해의 수심은 90m였다. 어릴 적에 100m 달리기 하던 때를 생각해보자. 거의 그 정도 높이의 바닷물 벽이 대략 1km나 멀리 떨어진 길 좌우에 서서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걸 진짜로 믿는다고?

이렇듯 좌우의 90m의 높이의 물벽이 서 있는 이미지는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거임

아무튼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스라엘인들은 굳이 오던 길을 돌아가서 믹돌로 언급된 곳 근방에 진을 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이때부터 모세의 길치력이 시작된 것 같다. 그래서 흔히 그 시대에 쓰던 캐러밴 낙타상인들 경로로 가려다가 길을 못찾는 바람에 우왕좌왕하며 조금 돌아온 것 같다. (엘리제를 위하여를 브금으로 깔아주고 싶은 부분임)

같은 때, 야훼가 파라오의 마음을 고집스럽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파라오는 후회하며 600대의 특수 전차부대와 그 외 다른 전차부대까지 다 끌고 쫓아와 금방 따라잡는다. 이에 식겁한 이스라엘인들은 모세를 원망하며 ‘왜 우릴 다 데리고 나왔냐? 그냥 종살이할테니 우릴 내버려두라고 했었는데! 노예로 사는게 죽는 것 보다 낫다!‘며 징징댄다. 이들은 앞으로 40년 내내 툭하면 징징댈 텐데, 이번이 바로 1징징이다.

그리고 난 개인적으로 이 다음 부분이 겁나 뿜기는데, 잘 들어보셈. 애들이 징징대고 있잖음? 그래서 모세가 ‘쫄지 마! 늬들은 가만히 있기만 해도 된다! 야훼가 우리 대신 싸워줄 거다! 우릴 구해줄 거다!’라고 외침.

그런데 야훼가 이러는 거임. “왜 나한테 울고불고 난리임? 뭘 가만 있으래, 애들보고 계속 가라고 하셈.” 이라고 한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담임?

아무튼 야훼는 뻘쭘해진 모세더러 지팡이를 뻗어 물을 가르라고 시킨다. 그러자 이들을 인도하던 천사와 구름기둥이 이스라엘인들의 뒤쪽으로 물러나, 이집트 군인들이 접근하기 어렵게 만든다. 모세는 지팡이를 뻗었고, 밤새도록 동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이 바람 때문에 바닷물이 갈라져 마른땅이 드러난다.

여기서 잠깐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관련 다큐를 끼워넣겠다. 이 다큐에서는 일단 믹돌의 위치를 이집트 룩소르에 있는 카르나크 신전의 부조를 통해 유추해낸다. 믹돌은 어떤 지명이라기보다 이집트어에서 유래된 요새, 망대라는 의미의 단어이다. 그래서 당시 요새가 있었다는 믹돌의 위치를 다시 추정해보니, 흔히 알려진 대로 에담의 아래 쪽인 비터호수 근처가 아니었다. 아예 훨씬 북쪽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에담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돌아갔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다.

믹돌의 위치는 에담의 훨씬 위쪽, 지중해 해변에 가까울 정도로 올라간다.

그런데 현재 보다시피 믹돌 앞에는 호수도 없고 바다도 없다. 하지만 호수나 강의 물길이란 건 시간에 따라 계속 바뀌는 것이 아닌가? 모세의 시대인 기원전 1250년에는 만잘라의 호수나 해협의 위치가 지금과 달라서, 위성으로 추적해보니 만잘라 호수의 물이 믹돌의 바로 앞뒤로 위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원전 1250년엔 믹돌 앞에 호수가 있었을 것으로 계산된다.

실제로 만잘라 호수는 갈대도 많고, 수심은 사람의 허리 정도에서 깊은 곳은 머리가 잠길 정도까지이며, 아주 넓기 때문에 바다로 착각할 만한 곳이다.

1882년 만잘라 호수 근처에서 숙영하던 영국 육군 소장인 알렉산더 브루스 툴록의 기록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한다고 한다. ‘밤새도록 동쪽에서 광풍이 불었다. 다음 날 나가보니 호수가 사라져 갯벌이 드러나 있었고, 현지인들은 그 위를 걸어다녔다.’

대기학자의 말에 따르면, 시속 80km의 바람이 6시간만 불면, 호수의 물이 전부 10km 가까이 밀려가버리는데 이를 윈드 셋 다운 현상이라고 하며, 지금까지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리고 바람이 멈추면 다시 물이 돌아온다고 함. 현지인들은 고대부터 이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홍해의 기적이란 걸 이렇게라도 납득하니까 마음이 좀 편안해진다.

요약하면 이스라엘인들은 홍해가 아니라 얕은 호수를 건넜다. 원래부터 동쪽에서부터 광풍이 불어와 바닥이 드러나는 윗드 셋 다운 현상이 일어나곤 했다. 이스라엘인들은 이 광풍을 야훼가 보낸 구름기둥인 척했고, 모세가 지팡이를 들어올려서 밤새도록 일어난 기적인 척 써갈겼다. 심지어 나중엔 헬라어로 번역할 땐 실수인지 의도인지 스케일을 키워 갈대바다홍해라고 번역해놓기까지 했다. 요약하고 나니까 거 참 빡치는구만!

심지어 길 좌우로 물벽이 섰다고까지 썼는데, 이 문장은 그 많은 인원들이 행군하려면 얼마나 넓은 길을 내야 했는지를 도저히 계산 못한 후대의 편집자들이 멋대로 간지나게 상상한 이미지를 끼워넣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들은 밤새 만잘라호인지 뭔지를 건너고, 이집트인들도 말과 전차를 타고 따라 들어간다. 그러나 이들은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행군을 못하다가 전차 바퀴가 떨어져나가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당연하지, 갯벌을 전차로 어떻게 감? 그러다가 새벽녘이 되어 바람이 멈추고 물이 돌아와 전차와 마병들이 모두 휩쓸려 죽는다.

성경은 이것을 모세가 야훼가 시킨 대로 손을 바다 위로 뻗어서 물이 돌아온 거라고 구라를 치고 있음. 아무튼 무사히 호수를 건넌 이스라엘인들은 모세와 야훼의 기적을 좀 더 진지하게 믿고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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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개

  1. 도대체 이런 자료들은 어떻게 구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불신자님은 구약에게 입덕부정기를 앓으시는 것 아닙니까? 싫다싫다 하다가 마지막편에 사랑한다고 고백하실지도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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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단어 하나로 해석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네요. 이런 민속사료를 성서무오설이랍시고 신주단지 모시듯 오탈자 하나마저 애지중지 떠받들어 타인을 박해하는데 쓰는 일부에게 오늘도 환멸을 느끼고 갑니다…
    이번 포스팅은 굉장히 유익했는데 성경공부시간이랍시고 보냈던 그 많은 시간과 사건ㅡㅡ들때문에 버튼이 눌렸네요.
    이번 포스팅도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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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은 이스라엘인들이 이집트에 있었고, 또한 탈출했다는 사건마저도 상당히 의심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글의 절반정도는 신자의 편을 든 셈이기도 합니다 ㅠ (하지만 제가 감히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까지 반박할 수는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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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대대로 번역 오류 때문에 사기가 되어버린 과학과
    징징이가 된 이스라엘인들과 아훼와 모세의 만담쇼…
    사실 성경은 이스라엘인과 유대인과 기독교를 엿먹일려고 쓴 블랙유머집은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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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훨씬 개연성 있는 이야기가 되었네요. 너무 유익한 자료들을 이리도 재미있게 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아, 그리고 ‘비하(ㅎㅏ)히롯’이 ‘비아(ㅇㅏ)히롯’으로 두 군데 잘못 쓰였어요. 이미지에 하나, 텍스트에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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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리고 지도 이미지의 ‘비아히롯’ 오타는 글쓴 당일 발견하고, 이미 그 지명을 아예 지운 새버전으로 고쳤었는데, 그 후에 예전 지도로 업데이트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노트북으로 초고도 쓰고 지도도 수정해서 올렸는데, 히브리어를 추가하기 위해 이후에 핸드폰으로 수정했습니다. 그런데 제 핸드폰에 동기화된 버전이 수정 전의 지도가 남아 있어서, 핸드폰으로 수정하는 순간 이전 지도로 돌아가버렸습니다).
      노트북으로 다시 새 지도를 추가하려면 이번엔 핸드폰으로 수정한 자잘한 부분들이 날아갈까봐 겁나서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ㅋㅋㅋ
      이건 좀 기다려주시면 천천히 고쳐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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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말라버린 바다” 땅을 걸었다면, 그 길이 사실 길이라고 부를 수 없는, 깊은 계곡과 웅덩이의 천지였겠죠. 수레로 도저히 갈 수 없는. 물만 막아버린 것이 아니라 그 길까지 수렛길처럼 평평하게 다져서 다들 건널 수 있었다라고 기록할 수도 있었겠지만 스토리텔러의 상상력이 거기까지 세심하게 미치지 않는 것이 고대당시 스탠더드였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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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삼국지5에서 수진진형이 아닌 진형으로 늪지를 지날 경우에 일정 확률로 말발굽이 늪에 빠지며 진형이 ‘무진’이 되고 말았던 기억이 나는군요. 무진으로 발이 묶인 후에 지형이 하천으로 변하고, 그 뒤에 ‘수계’ 계략을 맞아 부상병 하나 못 건지고 황천길 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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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네셔널지오그래피내용을 보면 허리까지 오는 물에 그 많은 군병과 말들이 빠져 죽었을까하는 의문이 있네요. 하나의 가설을 파고들면 다른 하나의 오류가 생기네요.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부정하고 싶은 것만 부정하고 취사선택지식시대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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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해양 관련 책에서 바다 지형에 대한 걸 읽었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홍해 물을 다 걷어놨다 해서 거기가 행군이 가능한 평지이란 보장은 없는데 참 재밌지요
    진도 바닷길 걸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거기도 참 발 잘 빠졌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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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매우 놀랍고 유익한 포스팅입니다 20여년을 신앙생활하다 쉬고 있는데 이런 좋은 글을 읽다니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글 너무 재미있고 유익하기까지 해서 정주행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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