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32. 꿈해몽 능력으로 백성의 고혈을 짜는 총리가 된 요셉

파라오의 제빵담당과 술잔담당이 뭔가의 실수로 요셉이 갇혀 있던 감옥에 오게 됐는데, 보디발이 요셉더러 둘의 시중을 들게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둘이 각각 다른 꿈을 꿨다고 한다.

그니까 어떤 꿈이냐면…

술잔 담당은 ‘포도나무 가지 셋에서 싹 나고 꽃 피고 열매 맺길래 자신이 그걸 짜서 파라오의 잔을 채웠다‘고 함.

그래서 원래부터 예지몽을 꾸는 능력이 있었던 요셉은 ‘3일 안에 풀려나 이전처럼 일하게 될 거‘라고 해몽해준다. 그리고 나가시게 되면 자기를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제빵담당은, ‘내 머리 위에 있는 바구니 세 개 중, 제일 위에 있는 바구니에 파라오에게 드릴 빵이 가득 있었는데, 그걸 새가 와서 다 먹는 꿈을 꿨다‘고 한다.

어어 x밤! 저리 가!

그래서 요셉은 ‘님은 3일 안에 목이 베이고 몸은 나무에 걸려서 시체를 새가 쪼아 먹을 거‘라고 말함.

맙소사!

요셉이 이런 내용을 워낙 담담하게 말해서 보는 내 눈을 의심함 ㅋㅋㅋㅋ

“야야 힘 내” “힝” (시무룩) 뭐 이런 느낌
“휴 난 살았다.” “히익”

아무튼 3일 후 파라오의 생일 잔치에 모두 실화가 되고, 술잔 담당은 살아서 나간다. 그러나 이 새끼는 요셉을 2년이나 까먹음.

2년 후, 파라오는 두 편의 꿈을 꾼다.

나일강에서 살진 암소 7마리가 올라와 갈대 풀을 뜯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뒤이어 흉측하게 마른 암소들이 올라와 좋은 소들을 다 잡아먹어 버린다.

그 다음엔 줄기 하나에 통통한 이삭 일곱 개가 달려 있었는데, 곧이어 마르고 동풍에 시든 이삭 일곱 개가 싹 트더니 좋은 이삭들을 다 삼켜 버린다.

이에 파라오가 언짢아하며 꿈 해몽러를 찾던 중에, 술잔 담당이 드디어 요셉을 떠올린다. 이에 요셉은 출소하여 수염도 깎고 옷도 갈아입고 파라오에게 불려가게 됨.

“니가 꿈 해몽을 그렇게 잘 한다며?”

제가 아니라 하나님이 대답해 주시는 겁니다.”

저는 꿈풀입지요

이 대화를 보면 요셉은 신에게 힘을 돌리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상당히 마법/미신/무속스러워 보이는 이 꿈해몽 에피소드도 그럭저럭 인정되는 모양이다.

찾아보니 교인들이 꿈 해몽 행위가 미신이냐 아니냐로 설왕설래하고 있음. 태몽 같은 건 무속이니 버려야 하는 거지만, 요셉 꿈풀이 같은 에피소드가 구약에 있긴 하니 하나님이 내려주는 계시몽이 있을 수도 있다, 근데 어떤 꿈은 그냥 니 심리의 반영이니 잘 구분해라 등등 하고 있음.

미신 믿지 말라캐놓고 미신 행위 범벅인 구약 변명해주기 참 힘들겠음…

근데 마법을 사용할 때 ‘이 마법 주문은 제 것이 아닙니다.‘ 하는 문구를 마지막에 꼭 붙여서, 마법의 힘이 신에게서 기원되었음을 확실히 해두려는 구절들은, 애초에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마법적 능력을 씀으로서 신의 견제와 질투를 살 수 있고, 또는 악마에게 보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겸손하게 한 발 빠지려는 거라고 함.

그러니 마법적 능력을 가진 자가 신에게 힘과 영광을 돌리는 게 무슨 특별히 야훼신을 믿는 사람들에게서만 발견되는 신에 대한 순종 사례들이라고 보기 힘들 것 같음. 그냥 고대의 중동 지역의 마법사나 미신러들의 관용어구 같은 게 아니었을까 싶음ㅋㅋ

그렇게 요셉은 파라오의 꿈을 ‘이집트에 풍년 7년, 흉년 7년‘이라고 풀이한다. 이어 ‘풍년 기간 동안 수확되는 곡식의 5분의 1을 세금으로 걷어놨다가 흉년에 대비하라’고도 조언한다.

자 동전을 사라지게 해 보겠습니다

이에 파라오는 ‘이 새끼 일 잘하겠는데?’ 싶었는지 반지 빼서 끼워주고 좋은 옷 입히고 금목걸이 채워준 다음, 두 번째 수레에 태우고 데리고 나감. 이인자라는 뜻임.

그러자 이집트인들은 다 요셉에게 무릎꿇고 절을 한다.

거의 둘째 파라오급이 된 요셉

파라오는 ‘내가 누구냐? 파라오 아니냐? 이제 니 명령 없이는 우리 애들 손발 하나 까딱 못한다‘며 요셉을 총리로 임명했다.

화려한 권력이 내 몸을 감싸네

이름도 이집트식으로 사브낫바네아라고 따로 지어 주고, 의 제사장인 보디베라의 딸, 아스낫하고 결혼도 시켜준다. 나중에 아스낫과의 사이에서 므낫세에브라임을 낳게 되는데, 이들도 각각 이스라엘의 지파의 선조가 된다.

아무튼 이렇게 이집트를 다 다스리게 되었을 때, 요셉 나이 겨우 서른이었음.

이렇게 타고난 기재와 리재로 이집트의 총리까지 된 요셉은 계획대로 풍년일 때 세금 씨게 매겨서 곡식을 힘껏 땡겨둔다.

잘 계산해라

그리고 드디어 흉년이 시작된다. 그런데 이 망할 인간은 백성들을 그냥 구제해주지 않는 거임.

처음엔 돈 받고 팔다가 이집트와 가나안 사람들의 돈이 다 떨어지자, 그 다음엔 가축 받고 팜. 그래서 백성들의 말, 소, 양, 나귀까지 바닥이 나자, 이번엔 땅을 받고 판다.

야 재물 쌓이는 거 보니 신나는구나!

이런 식으로 이집트의 모든 땅을 다 사들인 뒤, 결국 자유인이던 백성들을 몽땅 나라의 소작 노예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는 세금을 소출의 20%나 처매김.

실화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치인인 주제에 예지몽 능력으로 백성을 구제할 생각을 안 하고 기근을 이용해 부동산 긁어모은 악덕 고리채업자인 거 실화냐고 ㅋㅋㅋ 애초에 그 곡식도 백성들한테 추가로 받았던 세금이었잖음 ㅋㅋ 그걸 돌려주면서 돈과 가축과 땅과 노동력까지 받는다고?

그래, 요셉은 고대인이니 그럴 수 있어. 그런데 현대인이 이걸 존경하고 멘토로 삼으면 안 되지. 이런 조상이 있다면, 나 같으면 진심 부끄러울 듯 한데. 이 일화가 전혀 부끄럽지가 않는 바람에 인정사정없이 이익 활동을 장려하는, 자본주의와 찰떡같이 쿵짝 맞추는 종교로 발전한 거임?

능력있는 놈이 환경 탓하지 않고 자수성가한다는 식의, 능력중심주의 자유주의 신화 가진 사람들이 왜 다 요셉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알겠음. 아버지 때부터 빠릿빠릿 권력자에게만 빌붙어 남들 감시 고발하는 짓으로 저 혼자만 잘 보이는 능력, 꿈해몽, 말빨, 약간의 운으로 저 정도로까지 남들과 갭차이 나는 부자가 되는 게 막 정말 가슴이 벅차고 본 받고 싶은 일화임?

아무튼 그래서 요셉에게 딱 어울리는 별명을 지어주고자 한다.

명박 요셉임.

게다가 이건 내가 특정 정치인을 까려고 한 거 아님. 스스로 원하는 별명일 거임. 시장일 때 했던 간증을 ‘현대판 요셉 이야기’라고 교인 블로그에 올라온 것도 봤음

댓글 27개

  1. 누가 나한테 성경인물 빗대서 썰 푸는거… 요나단 아니면 다 현피뜰테야… 제 성경 최애캐는 요나단이거든요. 잘생기고 성격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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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밑에 아티클 실화인가요 물으려 했는데 세상에 맙소사…..
    그 시대에 이게 제 능력이 아니라~ 이게 관용구면 현대로 보면 요셉이 파라오 앞에서 어허 우리 장군신님이 말씀하신다 한거 아닐까 멋대로 상상하고 웃었습니다. 잘 알기 힘든 당시 시대 상황이나 어원, 풍습 등을 짚어주시는게 좋습니다. 되게 즐거워요.
    이제 한 몪 씨게 땡긴 요셉이 #가족_후회물 찍을때가 오겠군요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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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처음부터 쭉 읽는데 성경을 보는 시각이랑 말씀하는 방식이 너무 재밌어요ㅠㅠㅠ 진짜 눈물남 그리고 제목 진짜 잘 뽑으시네요 매번 주옥같아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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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편부터 말없이 구독하던 독자 1이었는데 이번 편은 기사까지 화룡점정이라 도무지 댓글을 달지 않고는 못 배기겠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 항상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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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본문에 언급된 “반지 빼서 끼워주고 좋은 옷 입히고 금목걸이 채워준 다음, 두 번째 수레에 태우고 데리고 나감.”에 대해서도 (좋게 말해) 성경의 중층적 성격, (나쁘게 말해) 성경의 잡탕 꿰맞추기스러운 특징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나무위키에 적힌 거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진 모르겠고 원 레퍼런스가 어디인지도 알 수 없어 답답하긴 합니다만, [[출애굽기]] 문서에 “서열 제2위인 요셉 총리에게 금사슬을 드리우는 건 한참 후인, 앗시리아에게서 막 독립한 이집트 시절의 이야기지만, 자체적으로 수레를 몰 수 있도록 허용하는 부분은 힉소스 시절 이후부터의 관습”이라는 말이 있네요.

    결국 성경이라는 텍스트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이집트스러운 느낌만 살려서 적었다는 얘기겠죠. 무오설이 힘을 잃게 되는 수많은 지점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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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대인들이 다른 신앙에도 대충 휩쓸리고 다니다가, 율법 중심에 자기민족중심주의의 강력한 배타적 종교인 유대교로 거듭나기 시작한 게 바빌론 유수 이후로 볼 수 있고, 그리고 성경도 그 이후에 편찬된 것으로 보이니, 그 시점에서 과거 이야기를 쓰면서 고증을 아예 안못하고 문화나 시점을 마구 뒤죽박죽 창작해가며써놓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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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곡식을 팔지않고 나눠줬으면 2년내에 창고가 동났을거라는게 학계의 정설입죠. 백성들이 굶어죽지 않으면서 아슬아슬하게 7년을 버티기 위한 고도의 정책술인 것입니다. 총리의 고향형제들이 찾아오면 펑펑 잔치를 베풀것도 남겨야하고. 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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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느 나라나 구휼미라고 해도 그냥 나눠주지는 법은 없고, 나라가 버틸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적은 이자로 빌려줍니다. 개인이 자기 재산이라면 그냥 나눠줄 수 있겠지요. 나라 재산을 땅 받고 파는 건 뭐 어떻게 봐도 어마어마한 쓰레기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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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재밌게 읽고있습니다. 명박요셉에서 웃고갑니닼ㅋㅋㅋ ‘자유인이던 백성들을 몽땅 나라의 소작 노예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는 세금을 소출의 20%나 처매김.’ 부분 보고 진짜인가해서 성경찾아봤는데 없더라고요…ㅋㅋㅋㅋ큐ㅠㅠ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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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있습니다! 창세기 47장 23절부터입니다.

      [창47:23] 요셉이 백성에게 이르되 오늘 내가 바로를 위하여 너희 몸과 너희 토지를 샀노라 여기 종자가 있으니 너희는 그 땅에 뿌리라

      [창47:24] 추수의 오분의 일을 바로에게 상납하고 오분의 사는 너희가 가져서 토지의 종자로도 삼고 너희의 양식으로도 삼고 너희 가족과 어린 아이의 양식으로도 삼으라

      [창47:25] 그들이 이르되 주께서 우리를 살리셨사오니 우리가 주께 은혜를 입고 바로의 종이 되겠나이다

      [창47:26] 요셉이 애굽 토지법을 세우매 그 오분의 일이 바로에게 상납되나 제사장의 토지는 바로의 소유가 되지 아니하여 오늘날까지 이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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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아니 선생님 제가 학위논문 때문에 정신없는 사이에 이렇게 정진하셨다니 감동적입니다.. 밀린 해석본 읽으니 논문 서터레서가 풀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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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아.. 요셉이 나라의 부를 불린 관점에서만 생각했던 어린시절이후 처음 읽어봅니다..그나저나 명박요셉씨는 자기것도 아닌 서울시를 봉헌하신 과거가 있으시지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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