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23. 갑질의 횡포는 창조유전과학으로 이겨낸다

요셉까지 낳은 야곱은 노예질은 이제 그만 두고 떠나겠다고 한다. 그러자 야곱 덕에 목축 사업이 크게 번성하고 있었던 라반은 ‘그제야‘ 원하는 대로 품삯을 주겠다며 잡음ㅋㅋㅋㅋ

고대나 지금이나 갑질러의 생태와 습성은 변함없이 유구하게 반복된다. 노예마냥 실컷 부리다 사표내면 허둥지둥 월급 올려주겠다고 하고, 그래도 거절하면 ‘나는 그간 가족같이 생각했었는데 냉정하게 내치다니 서운하다‘며 도리어 피해자를 나쁜 놈 취급하는 거 ㅋㅋ

아무튼 야곱은 ‘품삯은 됐고, 지금처럼 계속 가축을 쳐 줄 것이다. 대신, 특정 무늬나 색깔이 나오면 그놈들을 갖겠다‘고 한다.

그냥 일부만 좀 떼 주십쇼

야곱이 받겠다는 양과 염소는 다음과 같다.

양 – 얼룩이, 점박이, 검둥이

염소 – 얼룩이, 점박이

아마도 품종이 색별로 딱 갈라져 있었던 게 아니고, 다양한 색이 발생할 수 있는 종류인데, 양은 민짜로 흰색이 우성이고, 염소는 민짜로 흰색 또는 검은색이 우성이었나 봄.

그래서 이런 조건을 걸면, 아무리 갑질러 라반이라도 ‘단색 아닌 놈들은 어쩌다 간혹가다 생기는 것이니 그 정도쯤이야…‘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가나안의 타짜 야곱이 6년 공들일 긴 설계의 첫 미끼를 던진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라반 이 새끼는 미끼를 덥썩 물어븐 것임.

그래놓고는 또 야곱이 선택적으로 번식시킬까봐, 그날 밤 바로 민짜가 아닌 가축들을 다 빼돌려, 지 아들들더러 3일 거리만큼 먼 곳에 꼬불쳐 두게 시킨다.

인성 수준… 역시 갑질러 본성 어디 안 감ㅋㅋㅋ

하지만 니가 이렇게 나올 것도 야곱은 다 짐작하고 있었다. 야곱에겐 네가 상상도 못할 능력이 있었는데…

그 정체는 바로!

창조 유전학의 마스터!

야곱은 미루나무, 살구나무, 플라타너스 나무의 가지들을 꺾어다, 드문드문 껍질을 벗겨 하얀 속살이 드러나게 하여 무늬를 만듬.

그리고 튼튼한 가축들이 물을 마시러 올 때마다 이 얼룩덜룩한 나뭇가지를 물구유에 꽂아서, 그걸 보며 교미하게 함.

그 앞에서 교미한 놈들은 얼룩이, 점박이, 까망이 등을 낳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짜잔! 어떠냐? 나뭇가지로 색깔을 통제하는 창조적 유전학(?)의 힘이?

강제로 나뭇가지를 보며 섹스해야 하는 양들의 상상도

그런데 레알 진심, 구약 이 파트의 작가는 나뭇가지가 대체 무슨 작용을 했다고 믿고 있는 거임?

점박이 무늬를 보면서 교미하면, 눈에 들어오는 시각적 자극이 점박이를 낳게 한다는 수준의 민간 미신 같은 걸 써놓은 거임?

아니면 설마 얼룩덜룩한 환경을 조성하면 환경에 맞춰 얼룩덜룩하게 진화할 거라고 믿은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써놓고도 너무 웃김)

심지어 신전에서 풍년과 번식을 기원하며 성교 의식을 했다는, 고대 메소포타미아나 가나안의 다산교 냄새가 나는 건 내가 너무 꼬인 건갘ㅋㅋㅋㅋ

모두들 폭풍셋스하며 이 얼룩덜룩한 나뭇가지의 영험성을 느껴보라고!

그냥 어쩌다 점박/얼룩/블랙이 나오면 걔네들만 조져서 선택 번식시키느라 6년이 더 걸렸다고 하면 되잖아?

뭐 14년이나 양 친 경험으로 남들 못보는 특성을 잘 알아서 어쩌구 하며 대충 둘러대면 후대 사람들이 200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어떻게든 설정 구멍을 잘 메워 줬을 텐데.

기껏해야 지역 미신에 불과했을 껍질 벗긴 나뭇가지 이야기를 어쩌자고 냅다 써갈겨놔서 현대 신학자들이 논문까지 쓰게 만들어ㅠㅠ

(방금 그런 논문 훑어보고 왔는데 ‘흰색 양에게서 점박이가 나오는 게 유전적으로 불가능하지 않고, 목축 만렙인 야곱이 흰숫양을 격리하는 등 여러 스킬을 써서 의도적으로 색을 통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논문이었음. ‘나뭇가지 앞에서 교미한 가축들이 패턴있는 새끼를 낳음’ 이라고만 되어 있는 구절이 의미하는 바는 아주 명백한데, 구구절절 구멍을 메우는 이런 게 한없이 궁색하다는 거임 ㅋㅋㅋ)

아무튼 그런 식으로 튼튼한 놈들만 골라 점박/얼룩/까망이를 낳게 해서 야곱은 큰 부자가 된다.

‘제이콥의 양’이라는 품종이 있는 듯

여기서 더 나아가, 빌빌대는 놈들에게는 소듕한 나뭇가지를 보여주지 않음으로서 민짜 컬러의 약골들은 다 라반의 소유가 됨ㅋㅋㅋ

역시 가나안의 타짜 야곱! 해냈구나! 나는 네가 결국 갑질 외삼촌을 멕일 걸 믿고 있었다제! (나뭇가지 덕은 아닌 것 같지만!)

이렇게 가축 떼도 크게 불어나고, 남녀 종도 생기고 해서 야곱은 그 후 6년 동안 크게 부자가 된다.

통수도 맞았겠다, 그 꼴을 인성 문제 있는 라반이 가만 놔 둘 리가 없는데…

댓글 12개

  1. 아니 도대체 이 집안은 ㅋㅋㅋㅋㅋㅋㅋ 대대로 각종 사기꾼들이 난무하는 백두혈통이네요. 킹반인은 살아남을 수 없는 타짜의 가문. 살아남는 타짜만이 집안을 잇는다!(두둥) 이래서 이스마엘이랑 에사오기 팽 당한 거로군요. 애들이 너무 순진하고 착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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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헉 너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진짜 재밌어욬ㅋㅋㅋㅋ야곱하면 네? 야채곱창이요? 밖에 몰랐는데 덕분에 즐겁게 읽구갑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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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ㅋㅋㅋ 주님의 은혜로세. “네가 껍질 벗긴 나뭇가지를 보인 양은 얼룩이로 만들어 줄께 나, 창조주야 내 실력 몰라??” 라고 야훼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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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러게요. 그냥 ‘목축업자로서의 경험을 발휘+야훼의 은총’ 정도로만 적당히 적어 뒀어도 별 탈 없었을 텐데 굳이 빼박캔트로 나뭇가지 운운해서 후대 신자들 골머리 앓게 만들었군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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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얼마 전에 목회자인 아버지와 이야기했던 부분이 적혀 있어 댓글 남깁니다. 이미 적혀 있긴 하지만, 물 마시는 데에 얼룩덜룩한 나뭇가지가 보이게 하는 건 이미 그 당시에도 나름 유명했던 미신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더라구요! 게다가 라반도 엄청난 악덕업주라 6년 동안 야곱이 가져갈 몫의 조건을 7번 정도 바꿨으니(딸 하나도 아니고 둘이랑 결혼한 사위한테 그러고 싶나 싶은데 출가외인인 걸까요) 야곱이 머리가 좋아서 혹은 과학적으로 이루어졌다기보단 하나님의 은혜로 봐야 한다는 게 이야기의 결론이었습니다. 물론 이 해석은 기독교인 기준이고 불신자 입장에선 걍 운인거죠.. 아니면 야반도주할 때 거기 있는 양이랑 염소 다 가져갔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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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예전에 위대하신 조** 목사가 바라봄의 법칙 이라고 설교한 것이 기억나네요.
    본문을 몇 번 읽어도 이해가 잘 되었는데, 쉽게 이해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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